요즘 힘든 걸까 단상

지난 주 월요일에 식중독으로 고생한 후 서서히 회복 중이다. 실신 직전까지 가서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응급실로 갔다. 당연히 음식의 문제라고 생각해서 같이 먹은 분은 괜찮으신 건지 걱정했는데 나만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그 때 많이 긴장하긴 했는데 정말 내 몸 상태가 안좋아서 나만 문제가 생긴 것일까, 잘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어쨌든 근래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 처해 있었고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J가 유일하게 낯선 장소에서 자는 상황이 시댁에 가는 때인데, 잘 지내고 온 것 같은데도 다녀오면 꼭 하루 이상 심한 잠투정을 하곤 했다. 그런 걸 보면 정말 몸은 다 느끼고 있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항상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지만, 스트레스 받지 말고 편안하게 살자.

익숙한 곳을 떠나는 일은 쉽지 않다. 다른 시각을 선택하면 충분히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도 이상하게 패배감을 선택하게 되고 머무르는 것만이 최고인 것처럼 느껴진다. 내년에 갈 곳이 정해졌지만 가서 남기 위한 경쟁을 해야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삶을 누리면서 적당하게 살고 싶다고 말하고 다니면서도 경쟁 상황이 오면 이기고 싶어하고 안돌 것을 걱정하는 내가 한심하다. 그것도 당장 닥치지도 않았고 발생할지도 불확실한 일에 대해서..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올해 변화를 겪고 나에게 더 좋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J에게 내가 하는 말 단상

J가 말을 알아듣기 시작한다. 
더 놀고 싶은데 잠이 쏟아져서 잠투정을 할 때 그를 안고 방 안을 걸을면서 조금만 자고 일어나서 더 놀자고 조용히 이야기해주면 울음을 멈추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을 듣는다. 그리고 이내 자리에 눕혀달라고 하고는 바로 잠이 든다. 어제는 교회에서 비슷한 또래들과 장난감을 서로 차지하려고 했다.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J를 안고 귀에 대고 "J는 여기에서 갖고 노는 장난감이 그렇게 중요한거야? 집에 더 좋은 장난감도 많잖아 여기 있는 건 잠깐 가지고 노는 것 뿐이야" 하고 이야기해주니 그 말을 듣는다. 별로 동의하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그 말을 듣고 약간은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서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했다. 사람들이 좇아 간다고 해서 그게 결코 나에게 중요한 것은 아닐 수 있는데 나도 무작정 남들의 방향을 따라가며 중요한 것을 놓치고 불필요한 소모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은향이에게는 여기 있는 이런 것들, 이런 가치들이 그렇게 중요한 거야? " J에게 했던 말을 내게도 해본다. 

Jungle trekking

다낭 셋째날 Bach ma mountain으로 trekking을 갔다. 숙소에서 준비해온 책을 읽으며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하지만, 이렇게 다국적 사람들과 어울려서 chellenging adventure를 하면 이런 기회를 통해 익숙한 내 모습을 잊고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박쥐와 다양하고 화려한 외관을 뽐내는 거미들과 stick bug, 산 속의 호수들을 실컷 보았다. 

나에게 이렇게 여행할 기회가 허락되다니..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벌써 여행의 반절이 지나갔지만, 아직도 내 것 같지 않은 시간들이다. 밤이 너무 갑자기 까맣게 어두워서인지 지나가는 시간이 아쉬워서인지, 밤이 되는 순간마다 우울하다. 그와 동시에 J가 너무 보고 싶고 괜히 미안해서 비행기 시간을 하루 앞당겨 들어갈지를 도착하는 순간부터 아직까지 고민하고 있다. 

신을 믿는다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신이 허락하시는 길인지 아닌지를 알아차리고 선택해야하는 순간이 가끔씩 찾아오는데 아직도 그럴 때마다 난감하고 한계를 느낀다. 엄마가 없으면 아직도 난 아무 것도 못할 것 같다.

조리원 단상

조리원에서 보냈던 시간은 전반적으로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없을 것 같은 자신 없고 우울한 기간이었지만, 그래도 가끔씩 그 때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세상으로부터 떨어져서 숨어 있고 싶을 때, 어른이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심정이 모두 이해되고 보호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다면. 습관을 되살려 일을 할 수 있고 그렇게 하고 있지만, 나만이 풀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과제들을 마주할 때마다, 내게 주어졌고 내가 이루어온 이 삶으로부터 벗어나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간판들이 잔뜩 붙어 구분이 가지 않는 건물들 속 어느 층 어느 방으로 들어가 숨고 싶다.

친구 단상

이렇게 이 사람이랑 영영 연락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미치자 두려웠다.
내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과 싸웠을 때 드는 괴로움과 비슷하지만 가족은 그래도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믿음이 깔려 있는데, 친구는 아무리 가족같은 관계더라도 막상 사이가 틀어지면 되돌릴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어서 더 무섭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여기서 내가 무언가 함으로써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면서 완전히 내려놓고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자연스럽게 평소처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오랜 관계는 그렇게 쉽게 깨질 수 없다는 걸 확인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서로 알고 지낸 15년 동안 세상도 많이 바뀌었고 우리 각자도 많이 바뀌었다. 앞으로 세상과 우리는 또 얼마나 달라질까. 과거에 아주 중요했던 것들 중에 지금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어진 것들을 생각하면, 모든 게 우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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